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선장)

김인현 교수
김인현 교수

필자는 지난 3월 17일 인천 월미도에 위치한 인천해사고등학교를 찾았다. 지난해 처음 도입돼 최근 업계 주목을 받고 있는 인천해사고 부설 해기교육원의 6급 내항상선 해기사 교육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교장을 퇴임하고 지금은 해기교원장을 맡고 있는 김상환 원장과 김동훈 교사를 만나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인천해사고는 과거 정원이 280명이었지만 지금은 6학급에 18명씩 총 108명으로 줄어들었고 매년 85명 정도가 취업한다고 한다. 외항상선에서 들어오는 취업 요청이 졸업생의 2배 이상에 달해 내항상선에 취업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학생들이 4급 면허를 취득하고 외항상선에서 3년간 근무하면 병역을 면할 수 있지만 내항선은 이와 같은 승선근무예비역 혜택이 없다.

상선 근무후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도 일부 있다고 한다. 인천해사고는 전국 55개 마이스터고중 하나로 평균 2: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있다. 국립으로 운영되고 대도시에 존재한다는 장점도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으로 교육비는 물론 기숙사비, 교복, 책 등 모두 국고에서 무료로 지급된다. 지금까지 인천해사고 졸업생은 5200명 정도인데 졸업후 2~3년간 승선하는 비율은 90% 가까이 되지만 5년후 승선율은 50%로 떨어진다. 다만 하선하더라도 조선소, 해경 등을 포함해 90% 정도가 해양산업에 남아 있다.

해사고나 해양대 등 정규 학교과정을 밟지 않고도 해기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의 오션폴리텍 과정으로 2개월 좌학과 4개월 실습으로 5급 해기사 면허를 취득해 외항상선에 취업할 수 있다. 오션폴리텍 3급 해기사 과정도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또 하나는 인천해사고 해기교육원이 진행하는 내항상선 해기사 양성 과정으로 3개월 좌학에 3개월 실습후 6급 해기사 면허를 취득해 내항상선에 취업할 수 있다. 전자는 국가가, 후자는 민간이 운영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내항상선 해기사 양성과정은 해기사를 구하기 어려운 내항해운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해운조합이 인천해사고에 의뢰해 진행하는 민간 해기사 양성과정이다. 해기사를 양성하려면 지정교육기관이 필요해 해운협회가 인천해사고와 협약을 맺고 해기교육원을 설치했다. 이 과정은 기숙사에서 생활하지 않고 출퇴근하며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강사료 비용은 해운조합이 부담하고 1년에 2번, 총 80명의 6급 해기사를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봄 1기 40명(항해 20, 기관 20)을 모집했는데 46명이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24명이 수료했다. 가을에 2기를 모집했는데 88명이 지원했고 40명이 수료했다. 수료생들의 나이가 평균 45세로 대졸자가 70%인데 모두 5급 해기사 면허를 취득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직장을 잡는 분들은 외항상선 선장까지 새로운 장기간의 인생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과정은 고용노동부 노사발전재단의 중장년층 일자리센터가 직업설명회를 도와준다. 30~40명을 모아주면 찾아가서 설명을 해주는데 여기서 많은 이들이 지원한다고 한다. 강원도 사북탄광이 폐쇄됨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40~50대들로부터 과정을 소개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바다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다른 길을 걸었던 이들이 내항상선 해기사 양성과정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연안여객선 공영제가 실시되면 5급 해기사가 더 많이 필요할텐데 이 과정을 통해 6급 면허를 취득하고 이후 5급이 되면 근무가 가능하므로 본 과정이 주목받고 있다.

내항상선 해기사 양성과정 수료생들은 내항화물선, 연안여객선, 급유선, 예인선 등에 취업할 수 있는데 보통 월 300만원을 받고 출퇴근도 가능하다. 물론 근무 여건이 외항상선에 비해 열악해 수료생들이 꿈을 잃지 않고 장기승선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외항상선은 월 300만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내항상선은 없다. 비과세 혜택이 내항상선까지 확대되면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천해사고 해기교육원은 원장을 포함해 4명의 강사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데 인원보강이 필요하다. 해운조합이 조합원들의 회비로 이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상선의 해기교육은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 양성하는 구조이므로 6급 해기사 양성과정에 국가가 일부 지원한다면 양성과정이 더 알차게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6급 해기사 양성과정이 지속 발전돼 내항상선 해기사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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